선생 다이무스 x 고딩 히카
순애터지는 히카르도와 다이무스가 서로
짝사랑하다가 눈맞는 연애소설..........................이랄까.
린치 당하는 히카르도를 보고 싶어서 생각했던 이야긴데...
지난번에 이어서 어떻게든 마무리지어보았다...흐아...
한 여학생의 날카로운 비명은 메아리처럼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고, 기겁하는 남학생들이 저마다 숨을 삼키는 소리도 연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학생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속으로 뛰어들지도 못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별안간 다른 교실로 들이닥친 남학생이 송곳을 꺼내 들어 그대로 다른 학생의 머리채를 끌어쥐고 복부에 몇 번이고 쑤셔 박는 장면은 영화보다 끔찍했고, 원색적이었다. 상아색의 교복 가디건이 피로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피해 학생은 덜덜 떨며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가해자의 서슬 퍼런 살기에 압도돼 쉽게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특히 더 그랬을 것이, 아침 시간에만 해도 무리 지어 비웃고, 깔깔대며 괴롭히던 ‘약자’에게 당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을 게 분명했다. 마치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손은 이미 공포에 질릴 대로 질린 상대가 정신을 잃어도 멈추는 법이 없었다.
“히카르도!”
그건 뒤늦게 달려온 선생이 그의 이름을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겨우 그 손이 멈춘 것은 상대의 피로 흥건하게 젖은, 꽉 쥔 주먹을 감싸 쥔 손 덕분이었다. 그제야 자신의 이름이 들린 것처럼 히카르도라 불린 학생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자색의 눈동자는 크게 동공이 수축했고, 작게 몸을 경련했다.
“히카르도, 내 말...”
그 순간, 히카르도는 자신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남자의 손을 떨치며 그대로 송곳을 자신의 목으로 찔러넣었다. 너무나 순식간이라 막을 새가 없었다. 송곳의 날렵한 첨단은 망설임 없이 히카르도의 목을 파고들었다. 그 차갑고 가는 몸뚱이가 절반쯤 그 속으로 사라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겨우 다시 사태를 알아차린 선생이 히카르도의 손을 잡고 뒤로 뽑아내면 송곳이 빠져나오며 피가 솟아 서로의 얼굴로 튀어 올랐다. 그것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히카르도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단순히 찔린 상처가 아파서라는 이유는 아니었다. 근 1년 동안 지속해서 집단 괴롭힘을 당해오면서도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였던 적이 없었을 만큼 눈물을 속으로 삼키는 것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자신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이번 것은 견디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피가 튀어 엉망이 된 하얀 셔츠와 뺨, 그리고 거칠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부릅뜬 채 오직 자신만을 담고 있는 잿빛의 눈동자가 두려웠다. 자신을 경멸할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뭐야, 너... 호모새끼냐?’
잘 숨겨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히카르도에게 닥친 불행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자신의 연애성향이 동성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겨우겨우 스스로 납득해 받아들이는 와중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저 아니라고 부정이라도 했다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을까?-그건 아니겠지만- 스스로도 혼란스럽던 마음은 질이 나쁜 패거리들에게 들켜 피멍이 들었다.
‘제대로 안 할래? 엉? 그 꼰대한테 더러운 호모 새끼가 당신 좋아한다고 꼰질러버린다?’
우습지도 않은 협박과 견디기 힘든 폭력들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래도 히카르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견뎠다. 정말 혹시라도 그에게 자신의 마음이 들키기라도 할까 봐, 그러면 이들과 똑같이 경멸당할까 봐 두려웠다.
‘야, 이거 맛 죽이는데! 너 그냥 그 새끼한테 가서 엉덩이 까는 게 더 편하지 않겠냐?’
어떤 조롱이 와도 그저 꾹 참은 것은 두려움 속에서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식지 않는 마음의 순정도 한몫했다. 더욱 애틋해졌다. 상처가 떨어질 날이 없는 자신을 좀 더 챙기고, 말을 걸어주고, 신경을 써주는 그가 점점 더 좋아졌다. 그 마음이 커질수록 히카르도가 견뎌야 하는 고통의 무게도 늘어만 갔다.
하지만 절제를 모르는 그들은 결국 그들의 기분이 수틀렸다는 단순한 이유로 그들의 안전선을 스스로가 끊어버렸다-혹은 누군가가 일부러 그랬을지도 모른다.- 히카르도가 속으로만 앓고 있던 사람, 다이무스 홀든에게 그것을 전한 이가 나타나 버린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유치하고, 외설적인 방식이었다.
몇 명에게, 몇 번이나 당해서 진득한 정액으로 뒤범벅인 아랫도리에 [홀든에게 빌린 변기] 따위의 낙서를 새겨 반쯤 동공이 풀려 있는 히카르도의 사진을 비롯해 여태까지의 도가 지나쳤던 ‘장난’들의 사진이 다이무스에게 전달됐고, 그것을 전해 들은 히카르도의 이성은 그대로 끊어졌다. 지금 바닥에 막 쓰러진 남학생은 벌써 오늘 히카르도의 세 번째 복수 대상자였다. 아니 고작해야 세 번째밖에 못 찾았다. 그런데 벌써, 그를 만나버린 것이다.
너무나 사랑해서 이 지경이 되고야 만 사람.
“죄송,...해요. 정말...”
아마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 그 후에도 영영 마음은 전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기에 더욱 마음의 상처가 컸다. 분명 그는 자신에게 실망했을 테고, 또...화를 낼 것이다. 잘못했으니까. 친절하고 상냥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교사로서 엄격했던 사람이니 분명 그럴 것이다. 그리고 여태 그런 기분으로 자신을 상대해왔다는 것을 알면 경멸하겠지.
“....”
한번 차올라 흐르는 눈물은 홍수가 난 것처럼 펑펑 흘러넘쳤다. 입술을 달싹여보아도 사과 그 이상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제 손을 꽉 쥔 손에는 힘이 풀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다시 제 목이든 눈이든 입이든 머리든 찌르고 싶은데, 그 손이 도저히 놓아주질 않았다.
“선생...님...”
당장 그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절절하게 깨달은 히카르도의 두 어깨에 힘이 빠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시선은 다시 들어 올릴 수도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제대로 인지조차 할 수 없었다.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에 대한 것은.
“....죄송해요........랑해서...죄송..해요..”
거의 기어들어가는, 울먹이는 소리로 평생 그의 앞에서 하지 못할 거라 여겼던 고백을 던지며 히카르도는 질끈 눈을 감았다. 이걸로 됐어.
정작 그 당사자에겐 닿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히카르도는 만족했다. 제게 귀를 기울이듯 그가 조금 더 몸을 부드럽게 해 자신에게 가까워졌을 때, 히카르도는 다시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조금 전 실패했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
그 뒤로 학교엔 무성한 소문들이 자자했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달리 매스컴에서 보도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히카르도의 약점을 잡고 린치를 했던 아이들은 봉사시간 정도의 징계를 받았고, 그마저도 중태에 빠졌던 학생은 그 벌을 면했다. 그 정도로 학교는 이번 사건을 묻기 위해 쉬쉬했다. 오히려 학교를 떠난 쪽은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히카르도와 히카르도가 사랑했던 교사 다이무스였다. 학교 측에서는 이번 일의 외부발설을 염려하여 다이무스를 잡으려 했지만, 더는 이곳에서 근무할 수 없다며 그만두고 나온 것은 다이무스 본인이었다.
학생들 사이에는 마지막에 자신의 목을 기어이 송곳으로 찌른 히카르도가 죽었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그 뒤로 히카르도에 대한 소식은 일절 전해 들을 수 없었다. 그가 지내던 고아원에서는 물론 어디에서도 히카르도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히카르도의 죽음은 지속적인 폭력을 일삼았지만, 가해자들의 손이 아닌,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기에 아이들은 가해 학생들을 가리켜 살인자라고 하지는 않았다. 특히 주변의 대부분 학생은 히카르도의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눈감은 방관자들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히카르도는 빠르게 큰 병원으로 옮겨져 시술을 받은 덕에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또한, 신체적인 외상뿐 아니라 정신적인 관리를 더불어 받으며 아주 조금씩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굉장히 상태가 좋지 못했다. 원래도 부실했던 몸이 짊어지고 있던 부담이 컸을뿐더러, 마지막에 다이무스에게 모든 것을 들키고 말았다는 정신적인 충격에 물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토해낼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들여 그런 히카르도를 돌봐준 것은 다이무스였다.
다이무스는 자신의 앞으로 히카르도의 사진들이 전해졌을 때, 복잡한 심경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자신 없는 모습의 숫기가 없는 히카르도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동경, 으로만 여겼기에 자신도 섣불리 히카르도에게 더 다가가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저 조금 더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고, 그를 챙겨주는 것 외에는 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봤자 히카르도에겐 부담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선생이 학생을, 그것도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것이 혹시라도 상대에게 하여금 폭력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그 작고 소심한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사랑해서 죄송하다고 말했을 때 다이무스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가 그 이후로 수술을 마치고 나온 히카르도의 곁을 한참을 지키는 동안에도 다이무스를 괴롭혔다.
이렇게까지 히카르도가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자신에 대해서 화가 났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라보며 마음 졸였을 히카르도의 속마음을 몰라주었던, 그러면서도 제 욕심에 히카르도를 더 괴롭혀왔던건 아닌지 자괴감이 밀려왔다. 만약 학교로 돌아가 그 학생들을 만난다면 제대로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이무스는 곧장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의 조언대로 히카르도가 회복될 때까지 그의 앞에 서지 않았다. 히카르도는 경황이 없어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처음 눈을 떴을 때, 다이무스를 보고 벌벌 떠는 모습이 얼마나 가여웠는지.
“선생님이 보고 싶진 않니?”
의사의 물음에 히카르도는 조금 고민하는 기색으로 눈을 굴렸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솔직히 말해도 돼.”
“만나기 싫으실거예요..선생님이...”
“왜 그렇게 생각해?”
결국 히카르도는 이 질문에서 눈물을 보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많은 발전이라면 발전이었다. 여태까지 다이무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부정적으로 대꾸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몸이 점점 추슬러지면서 그 마음도 다시 회복된 것이라 의사는 판단했다.
“하지만 히카르도 생각과 달리 선생님은 네가 얼른 건강해지길 기다리고 있단다.”
“...네?”
“네가 마음의 문을 열길 기다리고 있지.”
“그럴리가요...”
“내가 선생님...음...그래, 다이무스 홀든의 오랜 친구로서 장담하는데 지금도 네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을걸? 아니면....”
의사는 바짝 히카르도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팔불출처럼 지금 문에 귀를 딱 붙이고 엿듣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 간지러운 감각에 히카르도가 어깨를 움츠렸다.
“어디 한번 볼까?”
조금 더 낮게 속삭인 의사는 조심스럽게 히카르도의 두 뺨과 눈가의 눈물을 훔쳐주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잔뜩 숨을 죽이고 병실 문으로 향했다. 히카르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그럴 리가...
“으앗!”
의사는 단번에 문고리를 잡아내려 문을 열었고, 낮은 비명과 함께 병실로 굴러들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의사는 잔뜩 놀란 얼굴의 히카르도를 향해 찡긋 웃어주고는 아주 힘껏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려는 다이무스의 엉덩이를 찼다. 덕분에 다이무스는 다시 한 번 바닥을 구르며 히카르도 앞으로 넘어졌다.
[그럼 또 보자]
의사는 입 모양으로 말하곤 그대로 병실을 나가버렸다. 히카르도와 다이무스가 다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그날 이후로 딱 3개월 만이었다.
“선생...님...”
“흐..흐흠...그래, 히카르도...몸은..좀...괜찮나.”
잔뜩 붉어진 얼굴은 난생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히카르도는 그런 그의 얼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렇게 다시 보게 돼서 너무나 기뻤다. 영영-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저...”
그렇게 생각하니 히카르도는 울컥 치솟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자신을 경멸하면 어쩌나, 더러워하면 어쩌나...모든 걱정들이 지금 이 순간엔 부질없게만 느껴졌다.
“선생님이 미안하다.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언제나처럼 상냥하고 멋진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또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있지, 히카르도. 선생님은...히카르도가 좋은데...그때, 그 말. 아직도 유효한지 물어봐도 될까?”
“네...?”
“흠흠..뭐 아니라고 해도....널 좋아해. 처음봤을 때부터 쭉...좋아했어.”
그리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영영 손에 닿지 않을 것처럼 저 멀리서 빛나던 별님이 바로 곁으로 와 좋아한다고 속삭여주고 있었다.
“....좋아한다, 히카르도 바레타.”
히카르도는 말이 없었다. 그저 어린아이처럼 흐끅거리며 울음을 터트렸을 뿐이었다. 악몽의 그림자가 되어 여태 자신을 괴롭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에는 다이무스가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자신을 경멸하며, 더러워하며 내려다보던 싸늘한 시선의 다이무스가 아닌, 자신이 꿈꾸고 동경하고 좋아하던 다이무스의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거기다 한 번도...단 한 번도 감히 상상해본 적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이무스는 알고 있을까? 히카르도의 울음에도 다이무스는 쓰게 웃으며 어린아이를 어르듯 마주 앉아 그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두 뺨을 감싸 안아 부드럽게 이마에 입을 꾹 맞추었다.
“정말 좋아해.”
몇 번이나, 히카르도가 바랐을 그 말을 들려주며 다이무스는 히카르도를 꼭 품에 끌어안았다.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젖은 목소리로 히카르도가 대답해주길 기다리며.
“저도, 저도....저도 좋아해요 선생님.”
자신 내면에 있는 모든 걱정을 넘어 겨우 그것을 고백하게 되었을 때, 다이무스는 히카르도의 입술에 입을 가볍게 맞추었다.
“앞으로는 아프게 하지 않을게. 좋아해.”
“저도요..저도...저도...”
“사랑한다, 히카르도.”
그것이 다이무스와 히카르도의 새롭게 시작한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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