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남자의 거친 손길은 어린 수인의 얼굴, 목, 팔을 더듬어 내려갔다. 기어코 꼬리를 세게 움켜쥐고 잡아당기는 통에 수인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다이무스가 실제로 수인을 처음 본 것은 막냇동생 이글의 일곱번째 생일이 지나고 조금 뒤였다. 수인들은 인간과 거의 흡사한 신체에 종에 따라 특징적인 부분들이 두드러진다고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지만 처음 수인을 눈앞에 두니 그저 놀라움이 먼저였다. 고양이일까? 잔뜩 겁을 먹고 뒤로 젖혀진 귀는 완벽히 동물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긴 원피스 형태의 천 아래 추욱 늘어져 있는 꼬리도 옅은 갈색털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이렇다할 큰 외모의 특이점이 없었다. 정말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어떤식으로 발산되었는지 나타내주는 지표처럼 보여 다이무스는 놀라움 뒤에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눈앞의 수인은 아직 한참이나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오래 장수해야 20년 안팎이라는 수명을 고려한다면 어떨지 몰라도, 다이무스가 보기에 가는 목에 보기에도 묵직하고 단단한 목걸이를 하고 그것에 연결된 긴 목줄을 바닥에 늘어뜨린채 서있는 것은 명백히 인간 혹은 동물의 학대처럼 보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대개의 수인의 역할이 애완동물로써의 가치와 더불어 인간의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함이라는 점에 있었다.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깡말랐고, 키는 고작해야 지금 다이무스의 가슴팍에 머리가 겨우 닿을까말까할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곧장 다이무스의 뒤를 지나 홀의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딛는 현재 홀든가 가주의 동생이라는 작자의 덩치는 그야말로 곰을 떠올릴 정도로 우람했다. 저 수인은 바로 이 사람의 소유가 될 터였다.
이제 개체수가 제법 늘어났다고는하나 아직은 귀하디 귀한 수인을 위해 거금을 들인 남자는 눈앞에 놓인 작디 작은 수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가만 한바퀴를 돌며 살펴보더니 곧장 손을 뻗어 머리카락 사이로 솟아올라 있는 귀를 만지작거렸다. 수인이 어깨를 움츠리며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재차 확인이라도 하듯 남자는 말랑말랑한 귀를 슥슥 문질르다가 이내 세게 꼬집듯 틀어쥐면 수인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다이무스는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계단의 손잡이를 더욱 세게 쥐었다. 상인은 난처한 듯 웃었다.
"암컷은 없다고?"
"네 그것이...암컷들은 대부분 새끼를 배야하니까요."
그 뒤로 남자의 거친 손길은 어린 수인의 얼굴, 목, 팔을 더듬어 내려갔다. 기어코 꼬리를 세게 움켜쥐고 잡아당기는 통에 수인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때 다이무스의 눈에는 꽉 틀어쥔 주먹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툭 뼈가 불거진 손은 곧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뿐으로 수인은 남자의 손길을 거부하거나 내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남자의 품평이 끝이나고 상인과 잔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수인에게 손길을 완전히 거두었을 때, 다이무스는 막 고개를 들어올린 어린 수인과 눈이 마주쳤고, 새하얀 얼굴에 보석처럼 박힌 투명한 자수정같은 눈에 다이무스는 그대로 시선이 빼앗겼다. 여전히 풀지 않은 주먹만큼이나 독기가 서린 눈이었지만 그것조차 하나의 빛이 되어 빛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수인의 눈은 모두가 저렇게 아름다운건가?
여태 만나보았던 어느 귀부인의 보석보다 아름다워보였다. 자신의 수인을 가지기 위해 목을 멘다는, 가까이는 자신의 작은 아버지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한 순간이었다. 설령 그것들에 미움을 받게 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