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oy”
다이무스는 마다치 않고 그대로 히카르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음...”
잠이 들었던가? 몽롱함에서 깨어난 다이무스는 문득 제 손에 닿아 있는 따뜻하고 축축한 감각에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있던 허리를 조금 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제 손에 코를 박고 혀를 내어 핥고 있는 히카르도가 보였다. 순간 다이무스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싶어져 고개를 한 번 가로 저으면 그제야 제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히카르도가 화들짝 놀라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하필 벽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여서 쿵-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나면 제가 부딪혀 놓고서는 짧게 비명을 내지르는 게 어지간히도 놀란 것 같아 다이무스는 쓰게 웃었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할 텐데 아직도 자신이 무서운 모양이었다. 이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았던 탓에 덩치에 맞지 않게 겁이 많고, 누군가 보고 있으면 물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물론 처음에 비하면 이것도 굉장히 양호해진 편이었다. 특히 조금 전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곁에 와서 손가락을 핥았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조금 전 다이무스도 놀랐던 것이고. 뭐 자신이 깨어난 것을 보고는 저렇게 후다닥 도망쳐버렸지만.
다이무스는 최대한 히카르도에게 자신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을 주워들었다. 그러다 조금 전 히카르도가 핥고 있던 자신의 손에 상처가 있음을 발견했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든 탓에 저도 모르게 종이에 손이 베인 모양이었다. 히카르도가 아니었다면 아마 눈치채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굳은살이 잔뜩 박힌 손에서는 따끔거림조차 없었다. 오히려 아직 히카르도의 온기가 남아 있는 손끝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다른 곳이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날 걱정해 준건가?”
아니 따끔거린다기보다는 무언가 마음속이 간질거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았다.
“고마운데...”
히카르도의 두 귀가 빠르게 두어 번 움찔거렸다. 이제 제법 제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한 다이무스는 히카르도, 하고 이름을 나직하게 불렀다. 다시 한 번 히카르도의 귀가 움직이더니 한껏 웅크린 몸에서 빼꼼 고개만이 다이무스를 향해 돌아갔다. 처음으로 자신이 부르는 목소리에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다이무스는 조금 더 일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의자에서 내려온 다이무스는 바닥에 편하게 앉았다. 그리고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히카르도를 향해 오른 손을 내밀었다.
“네가 조금만 더 봐주면 상처는 다 나을 것 같은데...”
다이무스의 말에 히카르도의 얼굴에 고민의 빛이 역력했다. 다이무스는 끈기있게 가만히 자세를 지켰다. 이대로 히카르도가 다시 제 방으로 도망쳐버려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히카르도가 그만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기도 바랐다.
“....끄응..”
한참을 더 고민하던 히카르도는 낮게 앓는 소리를 냈다. 끝이 휘어져 있는 꼬리도 힘없이 바닥을 배회했다.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오고 싶지 않으면 그대로도 괜찮으니까.”
뻗은 손이 저릿저릿해질 정도가 되고 보니 다이무스는 자신이 히카르도를 괴롭히는 것 같아져 도로 손을 거두었다. 그러면 조금 더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짓더니 히카르도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냉큼 다이무스의 서재에서 도망쳤다. 살랑이던 꼬리마저 문을 벗어나는 것을 바라본 다이무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바닥에 몸을 눕혔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처음에는 사람의 곁에만 있어도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날을 세우던 녀석이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히카르도는 안락사가 순서처럼 정해져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 히카르도를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데려온 것이 벌써 3개월째였다. 그래도 픽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이대로 영영 인간에게 맘을 열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아주 희망이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가만 눈을 감고 있으려니 곧 손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무스는 감았던 눈을 떴다. 다시 마주치는 시선. 이렇게 가까이서 제대로 눈을 맞추는 것은 처음이 아닐까? 투명한 보석을 박아놓은 것처럼 맑고 옅은 보랏빛 눈동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자신의 모습이 비쳐보일 것도 같았다. 다이무스는 시선을 빼앗긴 것처럼 그 눈을 빤히 더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먼저 시선을 돌린 것은 히카르도였다. 히카르도는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제가 가져온 구급상자를 조금 더 다이무스의 편으로 밀었다. 이제는 말끔하게 나았지만 한동안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동안 다이무스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뒤적였던 물건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이무스는 아직도 용케 도망가지 않고 제 옆에 앉아 멍하게 자신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히카르도에게 다시 오른손을 뻗었다. 바닥에 축 늘어져 있던 꼬리가 빳빳하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착하지...”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은 꽉 쥔 주먹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신기하게도, 히카르도는 살짝 어깨가 떨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 주제에 제 눈높이까지 올라온 다이무스의 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다이무스의 어르는 목소리가 울리고, 히카르도는 조심스럽게 상체를 기울였다. 히카르도의 두 귀가 바짝 누웠다. 다이무스도 덩달아 마른침을 삼켰다. 아마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도망쳤더라도 다이무스는 히카르도에게 실망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히카르도도 이미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히카르도도 용기를 냈다. 다이무스의 상처 난 손가락에 코를 대 냄새를 맡은 히카르도가 천천히 입술을 맞추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혀가 닿았다. 히카르도의 바짝 긴장해 날이선 꼬리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한결 긴장이 풀어진 표정으로 히카르도는 다이무스의 손을 연신 핥아 올렸다.
그다음은 조금 더 쉬웠다. 제 손을 핥던 히카르도의 뺨을 감싸 쥐면 머뭇거리던 히카르도가 조금은 어색한 몸짓으로 다이무스의 손에 제 얼굴을 부비었다. 그것이 꽤 감동적이라서 다이무스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다시 한 번 흠칫 놀란 히카르도가 슬쩍 뒤로 엉덩이를 뺏지만 곧 다시 머뭇머뭇 다이무스의 손에 제 머리를 가져다 대듯 허리를 숙였다. 누가봐도 쓰다듬어 달라는 모양새였다.
“Good boy”
다이무스는 마다치 않고 그대로 히카르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결좋은 히카르도의 머리칼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면 익숙한 샴푸향이 풍기는 것도 같았다.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다이무스의 손길이 기분 좋은 것인지 히카르도의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그것이 다이무스와 히카르도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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