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야. 우리는...'

"...지부장님?"

 

백차유는 비몽사몽 중에 눈을 깜빡였다. 아무래도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요며칠 계속 철야를 해댔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백차유의 사정이고, 지부장이라는 위치에서는 썩 부적절한 상황이었다. 적어도 그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백차유였다.

 

"아, 미안. 오라고 불러놓고서 내가 정신이 없었네."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애초에 닫히는 일이 거의 없는, 자신의 사무실 문 옆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강 산을 안으로 불러 들였다. 미지근하게 냉기가 식은 캔 음료가 두 사람 사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일단 며칠 전 일에 대해서 다시 제대로 사과할게, 강산군. 음, 이렇게 불러도 괜찮을까."

 

여러 사람들 앞에서 능구렁이같은 차유도 어린 사람들, 개중에서도 소위 칠드런이라고 불리는 UGN소속 미성년들에게는 조금 데면데면한 구석이 있었다. 차갑거나 무뚝뚝한 것과는 조금 달랐는데, 이는 백차유가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탓이었다. 그들 개개인에 대한 감정은 아니었고, 그 시스템이 마뜩찮았다. 그러니 그 휘하에는 칠드런을 두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아아...고마워."

 

물론 칠드런 시스템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지금 백차유의 눈 앞에 있는 강 산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나잇대의 소년들이다보니 좀 더 케이스가 다양하지 않다면 오히려 더 문제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그들을 강제하고, 압박하는 구속이 작지 않은 작용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런 우려가 모양을 가진다면, 딱 그런 형태가 눈 앞의 소년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과라니, 그러실 필요도..."

 

동시에 강 산에게 눈 앞의 상급자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 주변에 있던 어른들과 결이 사뭇 다른 탓일 것이다. 콕집어 말하기는 어려웠으나 그가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었다. 그날 사건 현장에서 세워진 임시 대응 거점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신을 보며 눈에 띄게 깊은 한숨을 내쉰 것이 나름의 원인이었다. 그는 거의 곧장 태도를 바꾸어 느슨한 웃음을 지으며 '아직 있는 줄 몰랐네'라며 사과했는데, 그것까지 더해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거의 내쫓기듯 복귀 명령을 받았으니까.

다음으로는 당분간 현장에 참여하지말라는 통보까지 받으니 우려는 묘한 확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못미더웠던걸까.

그런 의문이 드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가 아직 부족한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부장님."

"아니, 강산군이 부족한 것은 없었어. 솔직히 네가 늑장 부리지 않고 일찍 현장으로 가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강산의 빠른 판단 덕분에 CCTV도 제대로 확보해서 물증도 얻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기특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백차유는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자신이 유독 별종처럼 고집을 부리고 있는 편이라는건 알았다. 관리감독 능력 미달을 이유로 칠드런 배치를 꺼린 결과 지부 내 인력 공백은 만성화된 상태였고, 그걸 메우는건 백차유 스스로의 몫이었다. 그래도 현실적인 이유로 그런식으로 타협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갈등 상황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되도록 레니게이드 현상이 있는 현장이라면 발을 들이고 싶은 강산과 칠드런을 현장에 들이고 싶지 않은 백차유의 입장이 부딪혔다. 그리고 백차유의 개인적인 이유를 알리 없는 강산은 자신에게서 그 이유를 찾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였다.

 

"강산군이...왜 그렇게 현장을 고집하는지도 조금 알아봤어."

"...!"

"적어도 지금의 내 관할 하에선...정보를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게 알리지 않는게 나은 정보라면 조금 생각해봐야겠지만. 뒷말은 당연히 덧붙이지 않았다. 그런 점까지가 백차유가 강 산을 설득하고 싶은 지점이었다. 갑자기 자취를 감춘 이곳의 지부장 문제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지금의 백차유로서는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쁜 쪽으로 한없이 상황이 악화돼서 생각하길 몇 번이고 그만둬야 했다.

그러니 더더욱 백차유는 강산을 비롯한 칠드런을 사건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윤지부장이 데리고 있던 아이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자신이 감당하는 것도 솔직히 자신의 지부만으로도 벅찼기에 이곳 A시에 대한 관리를 맡았지만 본래 지부 방침을 그대로 유지시킬 생각이기에...그러려면 아예 자신 선에서 칠드런을 당분간 배재하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게 그의 결론이었다.

 

"그동안 공식 일정때문에 미뤄둬야 했던걸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른 친구들이랑 놀아도 좋겠지. 점호 전엔 돌아가는 편이 좋겠지만."

 

그러니까...백차유는 그럭저럭 강산을 납득시켜서 돌려보내고 싶었다. 괜히 오해를 남기기도 싫으니. 그에 대해서도 알아본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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