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바레 베이스로 웨슬바레의 느낌적 느낌...
예전에 트위터에 썼던 것 같기도 하고...
"홀든, 자네가 정말 그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남자는 상당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꼬아 앉은 자신의 한쪽 무릎 위로 올려놓았다. 그럼에도 굽히기는커녕 여유롭게 허리를 뒤로 젖혀 앉은 모습에선 상당한 여유가 느껴졌다. 맞은 편에 앉아 평상시와 달리 미간을 구긴 남자의 뻣뻣하리만치 경직된 정자세에 대조되어 특히 그랬다.
"물론이다."
"아니지, 아니야. 자네는 그를 옆에 끼고 우월감에 빠져서는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그의 구원이 되고,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는 그런 만족감 말일세. 상대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그는 참 매력적이지. 하나밖에 몰라. 마치 귀여운 애완동물 같은 구석이 있어. "
남자는 여유로운 태도 그대로 천천히 맞은 편의 남자, 다이무스 홀든의 심기를 날카롭게 긁어대고 있었다. 마지막엔 허허, 터트리는 웃음이 특히 얄밉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자신의 진심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딱 잘라 부정하는 게 그에겐 참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결국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그것'을 매우 찾고 있다지?"
남자는 빙긋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 약간 상체를 비튼 다이무스의 얼굴을 진득하게 바라보았다. 짜증이 깃들어 있던 얼굴엔 빠르게 당황과 곤란함이 스쳐 그을렸다. 그 미미한 변화가 남자에겐 퍽이나 유쾌했다.
"그는 아직 전장을 떠날 때가 아니야. 그 점은 자네도 공감하지 않나? 그는 전장에서 더 빛이 나는 사람일세. 그러니...나 웨슬리 슬로언에게 돌려주게. 그러면 나도 '그것'을 자네에게 돌려주지. 어때, 아주 멋진 거래가 아닌가."
그 변화를 느긋하게 즐기던 남자는 짐짓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손을 다이무스에게로 뻗었다가 제 가슴에 올려두었다. 그 일련의 동작들이 그렇게도 위선적여 보일 수가 없었다. 남자, 웨슬리 슬로언은 아무 거리낌 없이 제 본심을 드러냈다. 더는 눈앞의 상대에게, 호의의 가면을 쓰고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저 꼼짝달싹 못 하게 된 그를 한껏 조롱하며, 비웃으면 그만이었다. 천하의 다이무스 홀든을 그렇게 대할 수 있는 이가 이 세상 몇이나 될까. 그 사실만으로도 웨슬리에겐 꽤 즐거운 여흥이었다.
"아 나는 그간의 '신용'을 생각해서 하루의 말미를 주겠네. 그는 내일 내 집으로 보내주면 되네."
다이무스의 거래에 응하겠다는 언질이나 하다못해 제스쳐 조차 없었지만 웨슬리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다이무스는 그를 잡으려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지독한 함정에 빠진 탓이었다. 이미 그에겐 선택지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완벽히 남자의 계획 속에 산산이 부서져 녹아든 뒤였다. 모든 것이. 깨닫기도 전에 말이다.
그것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그를 뒤집어 놓았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어깨를 밀어내는 연인의 손조차 잡을 수가 없어진 그는 결국 혼자 남아 제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은 그 어느 때라도 철저했던 남자를 뒤흔들었다.
이렇게 절망적일 수가.
하지만 그는 탄식조차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는 흔들리는 자신을 추스르는 것으로도 버거움을 느꼈다. 기댈 곳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미 빼앗긴 채였다. 그를 빼앗겨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져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다이무스는 결국 단 한 번도 내질러 본 적 없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너무나도 고고했던 짐승의 주위엔 그 울음소리조차 들어줄 이는 없었다.
*
"약속은 지킬 것이라 믿는다. 슬로언."
자신을 맞이하며 양팔을 들어 올린 상대가 무색할 정도로 제 옆에 짐을 내려놓은 히카르도는 잔뜩 가시를 세웠다. 그것은 겨우 사랑하게 된 연인에게서 자신을 떼어놓은 탓이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그 사랑하는 연인을 아프게 만들었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만행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한 남자, 웨슬리 슬로언은 그런 그를 거리낌 없이 품에 한번 안아 마른 뺨 위에 입술을 대는 것으로 짓궂은 인사를 건넸다.
"돌아온걸 환영하네, 바레타군."
카모라를 나와서 갈 곳없이 떠돌던 히카르도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웨슬리였다. 물론 그는 자신의 계획에 이용하기 위함이었지만, 히카르도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어차피 이용당하는 것은 익숙했고, 적당히 자리를 잡고 계속 기회를 엿볼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분명 처음에는 그런 마음가짐이었을테다. 하지만 자꾸만 상냥하게 저를 대해오는 그에게 그만 닫아둔, 닫아두어야만 했던 마음의 문을 열어버린 것은 분명 실수였다.
실컷 휘둘리다가 다시 한 번 쓰러졌을 때, 다음으로 그를 구해 준 것이 다이무스 홀든이었다. 우습게도 웨슬리의 계획에 따라 죽이려 했던 상대였다. 죽을 수 없는 몸은 끝내 부활했지만 저를 충분히 좋을 대로 사용해도 좋을 터였다. 그럴 각오를 하고 임했던 임무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과 웨슬리 사이의 관계를 간파해 그의 태도만큼이나 날카롭고, 간결하게 저에게 질척하게 들러붙어 있던 날카로운 줄을 끊어내 주었다.
'더 이상 휘둘리지 마라, 히카르도 바레타.'
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갈 곳이 없다면 다음의 목적지가 정해질 때까지 옆에 있어도 좋다고 무언으로 허락해 주었다. 자신의 곁에서 머물 수 있도록. 그는 웨슬리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아무것도. 과분할 정도로.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히카르도에게 있어 그와의 관계는 특별했고, 유일했다.
그렇기에 스스로 떠나는 걸 자처했다. 다시 그에게로 돌아가기로. 자신을 좋을 대로 맘껏 휘두를 그에게. 웨슬리 슬로언에게.
"표정이 어둡군. 그렇게 겁이 나나?"
딱딱하게 굳어있는 저의 뺨을 매만지는 손길은 여전히 상냥했다. 그럼에도. 그래, 어쩌면 그의 말대로 겁내고 있는지도 몰랐다.
"난폭한 걸 좋아하진 않지만...그래도 잘못한 건 짚고 넘어가야겠지. 안그런가?"
그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본격적으로 그의 아래에 스스로 굽혔을 때, 그의 사람 좋은 가면 아래의 모습은 굉장히 낯설고, 섬뜩했던 것을 떠올린 히카르도는 작게 몸을 떨었다. 그것은 무의식의 것에 가까워 두 팔을 들어 제 스스로를 감추듯 끌어안은 것을 깨달은 것은 이미 한발작 물러서고 난 뒤였다. 슬로언의 입술이 비틀렸다. 동시에 히카르도 역시 숨을 삼켰다. 고작해야 한 걸음을 사이에 두고 폭군은 겁에 질린 짐승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힘으로 바닥에 내려 눌러 앉힌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컥..."
"버릇도 아주 나빠졌군. 다시 길들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순식간에 약점을 잡혀 짓눌려버린 히카르도는 통하지 않는 호흡에 금세 입이 쉬이 벌어졌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남자는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총을 들었다. 히카르도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뜨였다. 도로 입이 다물리기 전에 보기에도 육중한 그것이 그대로 파고들었다.
"이 녀석을 맛보는 건 오랜만이지? 처음으로 자네의 입에 이것을 물렸을 때가 생각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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