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히카가 유명 프로듀서 다무에게 몸로비를 갔는데.....



히카르도는 뻘쭘함에 딱딱하게 굳어 서 있으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프로듀서 쪽이었다. 약하게 한숨을 내쉰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작게 웃었던 것 같기도 했지만 워낙 긴장한 탓에 히카르도는 그것을 캐치해내지 못했다. 남자가 손짓했다. 히카르도는 마른침을 삼키며 애써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좀 더 다가와야지 않겠나?”


그렇게 세 걸음을 더 다가갔지만 아직도 남자와 히카르도의 거리는 꽤 멀었다. 결국 남자는 손짓을 그만두고 꼬고 있던 다리의 방향을 바꾸어 무료한 표정을 지었다. 긴장으로 이젠 등에 식은땀마저 날 것 같은 히카르도는 그 시점에 까미유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말 중요한 일이야. 그 사람이 우릴 선택해주지 않으면....더는 같이 있지 못할지도 몰라.’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다.

그 사실에 히카르도는 눈을 질끔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저 남자의, 프로듀서의 눈에 들어 출연을 확정 짓지 않으면 더는 길이 없다. 히카르도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성큼성큼 움직였다. 그리고 바로 남자의 앞에 섰다.


“그...”

“그래서 자신이 뭘 하러 온 건지는 알고 있나?”


하지만 용감하게 선 것은 좋았으나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남자는 피식 웃으며 느긋하게 고개를 소파에 기대어 나른한 눈을 들어 히카르도를 바라보았다.


“처음?”

“......”

“뭐, 연기라면 수준급이고, 아니면 그건 그것대로 기대되는군.”


대답 없는 히카르도의 얼굴을 조금 더 찬찬히 살펴보던 남자는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의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검지에는 H글자가 여러 문양과 어울려 고풍스러운 느낌의 은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것은 요즘 최고의 프로듀서라는 다이무스 홀든의 특징적인 부분 중 하나였다.


“무릎 꿇고 앉아.”


들어 올려진 손가락에 히카르도의 시선이 닿자 남자, 다이무스는 곧장 자신의 앞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바닥으로 향했다. 마치 길이 잘든 짐승에게 명령하는 것과 비슷한 자세였다. 하지만 히카르도는 군말없이, 고작 그의 손가락에 짓눌린 것처럼 두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사내새끼니까 이것저것 본 것은 있을 테지. 우선 펠라 실력부터 좀 볼까?”


그러면 스스럼없이 대뜸 주문을 요구하는 것에 히카르도의 하얗게 질려있던 얼굴에는 금세 수치심으로 붉은 물이 번졌다.


“1차 탈락은 재고의 여지도 없다는 건 알고 있겠지?”


하지만 히카르도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마디를 덧붙인 다이무스는 조금 더 허리를 눕혀 깊게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팔걸이에 팔을 기대어 턱을 괴었다. 정말로 어디 한 번 해보라는 식의 자세였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나 거대하고, 높아 보이는지 히카르도는 아찔함을 느꼈다. 그때 다이무스의 시선이 벽에 걸린 시계로 슬쩍 향했다.


“나는 네 녀석처럼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 1분 안에 할 생각이 없다면 돌아가라.”


어려워하며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히카르도의 시선도 덩달아 시계를 향했다. 다시 마른침을 삼켰다. 1분.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 히카르도는 무릎을 세웠다. 그리고 무릎걸음으로 조금 더 다이무스에게로 향했다. 자신을 반기듯 벌어진 남자의 두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히카르도는 겨우 남자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완벽할 정도로 셔츠의 단추라인과 꼭 들어맞게, 주름없이 잡힌 허리띠는 자꾸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 벨트를 여는 것에도 히카르도는 애를 먹었다.


짤락-

금속 특유의 가벼운 소리가 울릴 때,


“30초.”


남자의 선고 같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어 더울 리 없는 방에서 히카르도의 이마에 작게 땀이 맺혔다. 그만큼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것에도 다이무스는 봐줄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히카르도는 기어코 10초, 라는 아슬아슬한 시간이 남았을 때에서야

'P > 사이퍼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웨슬바레다무] 1  (0) 2015.08.20
통판 소설본 샘플 페이지  (0) 2015.08.11
(가제) 제피는 나쁘지않아  (0) 2015.07.31
[7월 서코] 다무바레 신간 [구원을, -D의 이야기-] 샘플  (2) 2015.07.24
마틴티엔  (0) 2015.06.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