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직이 불리는 저의 이름에 히카르도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러면 마주치는 회색의 눈동자가 끈적하게 자신을 훑어오는 것에 시선을 피하듯 살짝 고개를 돌리면 여지없이 오른쪽 허벅다리 위로 따끔한 통증이 달렸다. 그것에 다시 고개가 앞으로 돌아와 자신을 바라보면 다이무스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자신의 위에 앉혀진 히카르도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종종 다이무스는 이런 식으로 자신과 히카르도의 위치를 정확히 구분 짓기를 좋아했다.
같은 수컷이며, 힘에서도 결코 밀린다고 볼 수 없는 히카르도는 본능적으로 힘을 앞세워 멋대로 굴기를 원했기 때문에 다이무스는 종종 그런 그를 적당한 당근과 채찍으로 훈육하곤 했다. 당연히 처음에 그것에 반발한 히카르도였지만 이런 식으로 저의 맨살에 닿는 채찍의 따끔함은 아주 천천히 히카르도를 길들여 나갔다.
채찍은 비명이 나올 정도로 강하지도 않았고, 다이무스의 요구에 대한 불응에도 세 대가 연타로 들어가는 일은 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요구를 따랐을 때 역시 가볍게 주어지는 자극에 히카르도는 같은 채찍에도 불구하고 징계와 격려의 도구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조금 전의 한 대는 분명한 훈계였고, 히카르도는 그의 지시에 따라 다시금 고개를 돌린 것이었다.
"하아..."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떨어지는 채찍은 그런 자신에 대한 격려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히카르도는 곧 살짝 고개를 숙여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자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건만, 그런 그를 상대하는 다이무스는 넥타이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의 중심은 일절 손대지 않고 이제는 치골을 더듬는 그 차가운 가죽의 느낌에 히카르도는 작게 허리를 떨었다.
"이런 벌써 포기하는 건가?"
다시 한 번 채찍이 떨어졌다. 작은 통증에 히카르도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오히려 서서히 열이 오르는 저의 중심을 느꼈다. 멋대로 단정짓지 말라 말했지만 몸은 정반대로 천천히 흥분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차가운 손길과 채찍 몇 대가 다였다.
그럼에도 조금 전 떨어진 채찍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똑똑히 느낄 수 있게 된 자신이 히카르도는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잘도 길들이는군."
히카르도는 조용한 목소리로 불평을 내뱉었다. 그러면 오히려 다이무스는 웃으며 슬슬 올라가던 손으로 히카르도의 복부를 잘 잡힌 마른 근육의 결을 따라 더듬었다.
"너는 말처럼 섬세하거든."
득의양양한 표정의 다이무스는 자신의 손길에 잔뜩 힘이 들어가며 긴장하는 복부를 그게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멋대로 사람에게 채찍이나 휘두르고."
히카르도의 불평은 계속 이어졌다.
"나는 말이 아냐."
그러면서도 어느새 반쯤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자신의 욕망에 욕지기를 내뱉으면 다시 히카르도의 허벅다리 위로 채찍이 떨어졌다.
"그래, 그저 그렇다는 거다 히카르도. 너는 말이 아니지. 나의 소중한 연인이지."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떨어지는 채찍에 히카르도는 졌다는 듯 눈을 한 번 꾸욱 감았다가 꼿꼿이 세우고 있던 허리를 조금 굽혀 다이무스의 어깨위로 제 얼굴을 묻었다.
"안아줘, 다이무스."
이제 반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아.
그런 기분에 히카르도는 채찍이 떨어지기 전에 그가 다시 한 번 더 자신을 격려해주길 바랐다. 그에게는 아주 잘 길든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 것은 예상대로의 자극에 낮게 신음을 내뱉은 다음이었다. 이런 의미 없어 보이는 힘겨루기 다음에는 언제나 그는 다정하게 자신을 안아주었다. 그것이 다이무스가 자신을 길들이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달콤한 당근이었고, 그에게 쌓인 신뢰만큼이나 그가 좋아졌기 때문에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 탓이었다.